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의 최근 이슈
Date 2023-04-13 00:05:00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351




코스메슈티컬은 법률적 용어?

 최근 국내·외 화장품 시장에서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용어를 미용기능 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피부효능을 갖는 화장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위와 같은 개념으로서 사용될 수 있겠으나, 법률적으로는 다소 이슈가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는 코스메슈티컬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FDA 홈페이지를 통해 코스메슈티컬은 법률상의 용어가 아님을 설명하고 있다. FDA에 따르면, 코스메슈티컬은 법률상 용어가 아닌 화장품 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일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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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용어 논란에 대한 FDA의 입장 (https://www.fda.gov/cosmetics/cosmetics-labeling-claims/cosmeceutical).

 

 한편, 코스메슈티컬과 비슷한 개념으로 한국에서는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이는 주름 및 미백개선, 자외선차단 등 화장품에 의한 다양한 피부 효능을 포함하므로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피부 효능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능성 화장품이 코스메슈티컬 자체를 의미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이렇듯 엄밀한 의미로 코스메슈티컬은 법적으로 공인된 용어가 아니다.

 또한, 이 용어에 대해 연구자들 역시 많은 오해가 있었다. 이는 코스메슈티컬이라는 개념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코스메슈티컬이라는 용어의 탄생배경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들을 살펴볼 예정이며, 나아가 코스메슈티컬 분야에 어떠한 연구들이 필요할지에 대한 논의를 해 보고자 한다.

 

 

코스메슈티컬의 판단기준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은 1980년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피부과학자인 Albert M. Kligman 박사(1916-2010)가 화장품과 의약품의 특성을 모두 갖는 특정 범주의 제품을 설명하면서 만든 용어이다. 이후 피부과학자, 화장품 과학자들에 의해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지만,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법적으로 인정받은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과 화장품회사에서는 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와 함께 각자의 지견을 나누어 왔다. 특히, A. Kligman 박사의 아들로 피부과학자인 Douglas Kligman은 2000년 Dermatologic clinics에서 코스메슈티컬의 요건과 관련된 다음의 3가지 이슈를 제안하였다 [1].

1. 화장품 효능성분이 그 작용 기작에 해당하는 시간내에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여 타겟 위치에 충분한 농도로 전달될 수 있는가?

2. 화장품 효능성분은 인체 피부의 특정 세포나 조직 내에서 특정한 생화학적 작용 기작을 가지고 있는가?

3. 화장품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제3자 검토(Peer review), 이중맹검(Double-blinded), 위약대조(Placebo-controlled)와 같은 검증뿐만 아니라, 임상평가시의 통계적 유의차에 대한 검정이 이루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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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Dr. Albert M. Kligman (2010. 02. 22, The New York Times).

 

 D. Kligman이 제기한 코스메슈티컬의 첫번째 요건은 화장품 효능성분의 피부전달에 대한 이슈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 효능성분은 단백질, 당류, 펩타이드, 추출물, 심지어 분자량이 100만 Da를 넘어가는성분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거대구조를 이루는 성분들은 피부흡수 촉진제 (Penetration enhancer) 없이는 피부 각질층을 침투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 화장품 효능성분들이 반드시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화장품 산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보습제 성분인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은 분자량이 100만 Da을 넘어가는 거대 고분자이다. 비록 히알루론산이 각질층을 통과하여 피부 깊숙이 전달된다는 연구결과는 부족한 실정이나, 피부 표면에서 수분을 잘 유지시키는 효능만으로도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의 대표격으로 인정되고 있다 [2].

 반대로, 특정 화장품 효능성분이 피부의 표피 또는 진피까지 전달될 수 있다면, 이것은 과연 효과적인 코스메슈티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설령 화장품 효능성분들이 진피에 도달한다고 해도, 이들은 피부내의 순환시스템에 의해 바로 희석될 확률이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피부 각질층 통과가 아닌 타겟 위치로의 효율적인 피부전달이라 할 수 있겠다.

 두번째 요건은 화장품 효능성분이 인체 피부의 특정 세포나 조직 내에서 생화학적 작용 기작을 갖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작용 기작이 입증된 가장 대표적인 화장품 효능성분들로는 비타민 A (Retinol), 비타민 C (Ascorbic acid), 그리고 비타민 E (d-α-tocopherol) 및 그들의 유도체들이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A와 그의 유도체는 진피개선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3-5]. 또한, 피부의 노화과정에는 산화 스트레스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 가운데 자외선은 자유 라디칼(Free radical)과 활성산소종(ROS)을 유발할 뿐 아니라 피부의 조직손상을 유발해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6]. 비타민 C는 항산화제이면서 동시에 생체내에서 조효소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화장품 효능성분으로서 비타민C는 자외선으로 인해 유발된 활성산소종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마지막 요건은 동료과학자들에 의한 제3자 검토(Peer review), 이중맹검(Double-blinded), 위약대조(Placebo-controlled), 그리고 임상평가에서의 통계적인 유의차 등에 대한 검정 여부이다. D. Kligman은 상기 첫번째 요건(효능성분의 피부 각질층 투과여부)과 두번째 요건(피부에서의 작용 기작)은 모두 이 마지막요건을 만족해야만 코스메슈티컬이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우선, 화장품의 피부 효능을 증빙하기 위한 임상평가는 까다로운 실험 디자인과 상당한 비용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동물실험의 결과를 참고하여 인체피부 적용 시험을 수행하였으나, 최근 각국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이 엄격하게 금지되면서 피부 효능에 대한 임상평가는 더 어려운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3차원 인공피부조직과 in silico 시뮬레이션 방법과 같은 다양한 동물대체평가법이 도입되었으나, 아직 정확한 평가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화장품의 피부 효능에 대한 과학적 증빙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의 평가법이 피부의 외관을 다루기 때문이다.

피부의 외관을 평가하는 것은 주관적이며, 엔드포인트를 확립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또한, 피부 외관을 평가하는 과정 중 피부 자체를 손상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비침습성(Non-invasive) 측정장비를 사용해야만 한다. 물론, 현재는 다양한 비침습성 장비를 이용한 많은 피부 효능 평가법이 확립되었지만, 과학적 증빙을 위해서는 더 발전된 피부 효능 평가법이 필요하다.

 2015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최된 국제화장품학회(IFSCC)에서 독일화장품협회의 B. Hubber는 코스메슈티컬의 요건에 대해 더 강화된 주장을 제안하였다. 그녀는 코스메슈티컬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1) 피부 안전성, 2) 피부에서의 생물학적인 활성효과, 그리고 3) 피부대사 과정에서 측정 가능한 피부효과가 존재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7]. 앞서 D.Kligman이 효능성분의 피부전달과 작용 기작에 초점을 두었다면, B. Hubber는 피부 안전성과 실제 효과, 그리고 해당 효과에 대한 정량성에 좀 더 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코스메슈티컬의 새로운 이슈

 

안전성

 

 코스메슈티컬의 판단 기준이 정성적 특성에서 정량적 특성으로 바뀌던 중, 2020년 COVID-19 팬데믹이 발생하였다. 팬데믹 기간동안 사람들은 많은 부분에 있어 과학의 힘을 신뢰하기 시작하였다. 화장품 시장 역시 팬데믹 이후 이전보다 더 강화된 과학적 증빙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피부 효능뿐만 아니라 피부 안전성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증빙이 요구되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도 화장품 산업에서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특히, 2010년대 일본에서 발생했던 가네보 화장품의 미백화장품 백반증 이슈는 화장품의 피부 안전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에 더하여, COVID-19 팬데믹 상황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의식을 더욱 높여주는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화장품의 안전성에 대한 강화된 의식은 엉뚱하게도 화장품 신소재 연구 및 상용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신소재는 기존 소재에 비해 안전성 검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연구자들은 신소재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을 시도하였다. 동물실험 금지라는 어려운 연구 여건속에서도 연구자들은 3D 인공피부, 세포연구, 또는 오가노이드와 같은 다양한 동물대체실험법을 통해 화장품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피부전달체

 

 피부안전성과 더불어, 코스메슈티컬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기준은 피부 효능을 향상시켜 줄 전달체 기술의 적용여부이다. 이미 검증된 화장품 소재를 피부에 더 효율적으로 전달해 주는 소위 피부전달체 기술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COVID-19 백신의 핵심 전달체 기술이 화장품 산업에서도 이미 사용되고 있었던 지질나노입자 기술이라는 것이 알려진 이후, 코스메슈티컬 분야에서 피부전달체 연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이는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화장품 소재를 피부전달체에 봉입하여 피부에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기존보다 더 우수한 피부 효능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이다.

 지질나노입자 기술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리포좀(Liposome) 기술이다. 리포좀은 그리스어로 지질을 의미하는 “Lipos”와 신체를 의미하는 “Soma”에서 파생된 용어이다. 1960년대 초 영국 Alec Douglas Bangham 박사가 혈액응고와 인지질의 영향을 연구하던 중 인지질이 물에 분산될 때 이중층(bi-layer)을 형성함을 발견한 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리포좀은 1970년대부터 항암물질의 체내전달 등의 목적으로 의약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8]. 이후, 화장품 산업에서도 효능성분을 피부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수 적용되었다. 하지만, 초기 리포좀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유기용매 사용과 계면막의 불안정성이었다. 처음 리포좀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막수화방법(Thin-film method)은 지질들을 유기용매에 녹인 후, 용매만 증발시키고 초음파로 수화과정을 거쳐 얻어내는 방법이다. 당시엔 유기용매 사용에 따른 안전성 문제와 리포좀의 계면막 안정도의 이슈가 있었으나, 최근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리포좀의 막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또한, 이중층에서 다중층까지 다양한 구조의 리포좀 설계가 가능하여 친수성과 소수성 효능성분을 동시에 봉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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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리포좀 및 화장품 제형내에서 안정하게 존재하는 리포좀 입자의 사진 (코스맥스).

 

 

에필로그

 

 화장품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코스메슈티컬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Albert Kligman 박사의 연구업적은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빛나는 업적의 이면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어두운 면도 있다. 그가 근무했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의과대학 학장인 J. Larry Jameson는 2021년 8월 20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Kligman 박사의 연구업적과 유산에 대한 학교측의 성명서를 게재하였다. Jameson 교수에 따르면, Kligman 박사는 1950년대부터 필라델피아의 홈즈버그 감옥(Holmesburg Prison)과 기타 기관에서 수십 년 동안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Kligman 박사는 1,000개 이상의 연구 논문과 20개 이상의 교과서에 실린 다양한 발견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영향을 주었다. 특히, Retinoic acid가 여드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초기 발견과 다양한 피부 연구에서의 발견들은 큰 업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실험 과정의 일부는 매우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되었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의 피험자들, 그 중에서도 많은 흑인 남성들을 매우 무례하게 여기곤 하였는데, 이것은 지금의 연구윤리에 반하는 행위이다. 물론, 당시로서는 이러한 연구가 법적 기준에 어긋나는 행위는 아니었으나, 그것이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허용된다고는 볼 수 없다. Jameson 교수는 학교를 대신하여 Kligman 박사의 연구를 통해 수감자 개인과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에 초래한 고통에 대해 사과를 하고, 향후 유색인종을 위한 다양한 피부연구와 교육, 그리고 환자치료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아무리 훌륭한 연구결과와 업적이라고 할지라도, 그 과정과 절차가 불합리하고 정당하지 못하면 결국 연구전체가 부정당하게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연구윤리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이러한 부분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Kligman 박사의 다양한 연구업적은 분명 존경할 만한 것이지만, 연구과정과 절차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지금의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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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Kligman 박사의 연구윤리 이슈에 대한 펜실베니아 주립대 의과대학 학장의 성명서 https://www.med.upenn.edu/evpdeancommunications/2021-08-20-283.html

 

참고문헌

[1] D. Kligman, Cosmeceuticals, Dermatologic clinics, 18(4) 609-615 (2000).

[2] M. Rieger, Hyaluronic acid in cosmetics. Cosmetics and Toiletries 113 3542 (1998).

[3] J. Bhawan, Short- and long-term histologic effects of topical tretinoin on photodamaged skin. Int J Dermatol 37 286-292 (1998).

[4] G. Fisher et al, Cellular, immunologic and biochemical characterization of topical retinoic acid-treated human skin. J Invest Dermatol 96 699-707 (1991).

[5] M. Goldfarb et al: Topical tretinoin therapy: Its use in photoaged skin. J Am Acad Dermatol 21 645-650 (1989).

[6] F. Dreher et al., Topical melatonin in combination with vitamins E and C protects skin from ultraviolet-induced erythema: A human study in vivo. Br J Dermatol 139 332-339 (1998).

[7] B. Hubber, Cosmeceuticals and regulatory issues, IFSCC 2015 Workshop (Swiss).

[8] A. D. Bangham et al., Preparation and use of liposomes as models of biological membranes, Methods in Membrane Biology 11-68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