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직장,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 생화학 연구소
Date 2022-04-09 19:27:04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30
서은지
박사후 연구원
Institute of Biochemistry Dept. of Biotechnology & Enzyme Catalysis University of Greifswald
eunji.seo@uni-greifswald.de

  첫 포닥 생활의 설렘과 지침 그 사이 어딘 가에 있는 나에게 BT News 에세이 투고 요청은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기 위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런 뜻깊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한국생물공학회 관계자분들 및 국민대학교 서주현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해외 포닥을 결정했던 계기를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현재 근무지인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Greifswald) 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과 나의 포닥 생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박사후 연구원의 길을 선택하다

  과학도로서의 첫 출발은 이화여자대학교 박진병 교수님 연구실에서의 학부생 인턴생활 시작에 있다. 학부 때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식품생물공학 분야에 크게 매료되었고, 졸업을 앞두고 교수님 연구실에 인턴으로 들어가 지방산 생물전환 관련한 실험을 시작하였다. 이때, 나는 이 분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그렇게 교수님 연구실에서 석사를 시작으로 석박사통합과정 전환까지 이어져 최종적으로 2021년 9월 부로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다.

  대학원 생활 동안 나의 연구주제는 지방산 생물 전환 핵심 효소인 Baeyer-Villiger Monooxygenase (BVMO) 그리고 Long-chain Secondary Alcohol Dehydrogenase 등을 개량하여 오일 및 장쇄 지방산으로부터 고기능성 지방산 소재들의 효율적 생합성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그룹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며 지도 교수님 및 공동 연구 그룹들에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린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방산 생합성 시스템 성능의 향상을 이룰 수 있었고, 이러한 성과들을 인정받아 몇 편의 논문들도 발표할 수 있었다. 이때 나는 열심히도 했지만 사실 운도 많이 따라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나 역시 뿌린 대로, 아니 뿌린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수확하니 더 욕심이 났던 것 같다. 이러한 보상들이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고, 현재 내가 독일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에 상당한 동기가 되고 있다.

  박사 졸업 예정일을 3~4개월 앞둔 시점에 한국연구재단에서 박사들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마침 이 시기에 BVMO 개량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영광스럽게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생화학 및 생촉매 분야의 대가인 독일 Greifswald University의 Uwe Bornscheuer 교수님과 몇차례 미팅을 진행하면서 활발한 학문적 교류를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는 기회다 싶었고,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위한 연구 계획서와 함께 Uwe 교수님께 추천서 요청을 드렸더니 기뻐하시며 흔쾌히 작성해 주셨다. 정말 운 좋게도,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 국외연수 사업에 최종 선정이 되었고 그렇게 나는 독일로 떠났다. 

 

정말 궁금했던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Greifswald)

  설렘 반 두려움 반, 독일에 떠나기 전 나는 두근두근 그 자체였다. 해외 생활을 해보는 것도 박사후 연구원이라는 직위로 일하는 것도 모두 처음인 나에게, 인터넷에서조차 어떠한 정보도 찾기 힘들었던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Greifswald) 라는 도시로 떠나는 것이 사실 많이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햇빛이 쨍쨍하게 비추던 8월 말 무거운 캐리어를 이끌고 기차역에서 내리는 순간 그 동안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질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그때의 그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많은 도시 개발로 과거의 전형적인 동독의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그라이프스발트는 전형적인 유럽 소도시처럼 주요 거리를 따라 작은 광장과 큰 광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건축 양식 또한 과거의 유럽풍 설계 방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인구는 약 6만명 정도로 매우 작은 대학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약 1만 2천명 정도가 학생으로, 약 6천명은 대학 교직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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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라이프스발트 대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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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그라이프스발트 항구.

 

  이 지역을 대표하고 현재 나의 근무지인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는 독일에서 4번째로 오래된 유서 깊은 대학으로서 학생의 3분의 1이 타 지역에서 유학 온 이들일 만큼 그 구성원이 매우 다양하다. 실제 내가 일하는 곳은 이 대학교 소속 생화학 연구소라는 곳인데 한국에서 분교의 개념처럼 본교가 아닌 연구소들만 모여 있는 단지에 위치한다. 아쉽게도 우리 연구소는 전통적인 유럽 건축 양식은 찾을 순 없지만, 건물 절반이 통 창으로 이루어져 매우 세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좀처럼 맑은 날을 보기가 힘든 독일의 겨울 동안 소중한 햇빛을 놓치지 않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히 매력적이라 말 할 수 있다. 많은 연구원들이 통창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걸 자주 볼 수 있으며, 나 또한 햇빛이 맑은 날이면 쉬는 시간마다 통창 앞으로 달려가 일광욕을 하곤 한다.


그라이프스발트 생화학 연구소에서의 하루

  그라이프스발트 생화학 연구소는 크게 두 개의 워킹 그룹으로 나뉘며, 총 10개의 소그룹으로 구성된다. 내가 일하는 그룹은 Biotechnology & Enzyme Catalysis을 다루는 연구실로서 Uwe Bornscheuer 교수님께서 이끌고 계신다. 나의 첫 출근 당시를 떠올려보면, 나는 연구소 건물 크기에 한 번 놀라고, 근무 중인 총 직원 수에도 또 한 번 놀랬던 것 같다. 건물은 3층이었으나, 총 4개의 동으로 나뉠 만큼 매우 컸다. 또한 우리 그룹의 경우 총 인원은 약 30명 정도인데 절반이 박사후 연구원 및 게스트 연구원으로서 효소 연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각국에서 모여든 해외 연구자들로 가득했다. 기존에 겪어 보지 못했던 연구 환경에 어색해하고 있을 때 즈음, 연구소 직원으로서 필요한 다양한 서류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이를 처리하는 데 첫 출근시간을 다 보냈던 것 같다. 다음날에는 랩 및 기기 위치를 눈에 익혔고 그 다음 날에는 연구실 기본 규칙 및 의무 사항 등을 익히는 등 신입으로서 배우고 익혀야 할 사항들에 대해 탐방하고 숙지했다. 독일어는 물론 영어 사용에서조차 어려움이 있던 나에게 이 모든 것들은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건 사실이다. 다행이도, 많은 동료들이 내가 이 곳에 적응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의 손길을 내주었고, 특히 중국인 유페이 및 슬로바키아인 야나라는 동료는 실험실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독일 생활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나의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리 연구실의 주요 연구 목표는 산업용 응용 분야에 적합한 맞춤형 생체 촉매 개발이다. 이와 관련하여 효소 개량 및 기능적 특성 규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며, 또한 high-throughput screening methods 및 다양한 bioinformatic tools 개발 및 이용과 관련한 프로젝트들 또한 함께 진행 중이다. 주로 다루는 효소는 carbohydrate active enzymes, plastic degradation enzyme, transaminase, P450 monooxygenase, lipase, esterase 등이 있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펀드를 받고 온 케이스라 이 연구실에서 진행하던 기존 연구를 하기 보다 내가 지정한 연구 주제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본 연구는 박테리아 유래 Lipoxygenase의 개량을 통한 고부가 소재 생산이 주요 목표이다. 한국에서 박사과정 동안 진행했던 효소 개량이라는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은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6달이 흐른 현재도 아직 원하는 연구 결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연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고 좌절도 많이 하고 있지만, 독립적인 연구원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좋은 양분이 되리라 생각하며 나의 첫 박사후 연구원 생활이 추후 BT인으로서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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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 및 생화학 연구소. 

 

글을 마치며

  한동안 햇빛이 쨍쨍하고 맑은 날의 연속이었지만, 요 며칠 갑자기 먹구름이 낀 것처럼 나의 연구에도 갑작스러운 먹구름들이 끼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올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을 기대하며 낙담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꾸준히 해 나가려고 한다. 새내기 박사후 연구원으로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들이 언젠가 나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첫 독일 땅을 밟았을 때의 목표와 열정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내 길을 걷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연구자로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문을 넘어가고 있는 나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듬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신 BT News 기고 관련 담당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며, 많은 BT 인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에 진심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