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생물공학회를 위하여
Date 2022-04-08 20:13:37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314
오덕재
교수
한국생물공학회 제 29대 회장 세종대학교 바이오융합공학과
djoh@sejong.ac.kr

  한국생물공학회 회원님들 안녕하신지요?

  지난 2년간 전세계의 인류 생존을 위협해온 코로나도 이제는 정점에 이르러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그 위협은 그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씩 확진자가 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어서 많이 염려가 되고 있습니다. 회원님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코로나 위기가 마치는 마지막까지 잘 극복해 나가시기를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년 전 수석부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주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생물공학회’였습니다. 여기서 ‘지속적인’은, ‘지속가능한’이란 의미로 사용한 단어로 21세기를 들어서면서 이미 많이 사용되어왔기에 진부한 느낌도 있겠지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특정 소사이어티의 생존에 직결되는 이슈이므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에도 UNCSD (유엔지속발전위원회)가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통령자문기구로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되며, 우리 생물공학회에도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에 따라서 도출한 단어였습니다.

  한국생물공학회는 40여 년간의 기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현재, 회원수는 9천명을 넘어섰고, 바이오테크 분야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바이오 관련 학회가 되었습니다. 영문학술지인 BBE는 올해에는 impact factor가 3.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우리학회의 발전된 모습은 정말 자랑스럽고, 학회의 일원이 된 것에 자부심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빠르고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요즘의 국내외적 상황에서 지금까지 잘해온 우리학회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하게 발전해 갈 수 있을까요?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글로벌 리더로 계속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우리학회가 어떠한 것을 더 고민해야 할까요? 저는 이번 글을 통해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기를 제안합니다. 우선, 우리학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요소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바이오분야의 확장성입니다. 기존의 생물공학회에서 중심적으로 추진해온 연구/학술 분야가 이제는 더 넓어지고 다른 분야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분야의 확장은 좋은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바이오분야가 우후죽순처럼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게 되면 학회의 회원들은 훨씬 관심이 높은 학술단체의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신규분야에 대한 기획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준비하여 해당분야에 관심 있는 회원들의 가입을 확대하고 아울러 기존 회원의 유출도 막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학회의 학술활동도 많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지만, 작년에 기획된 mRNA기반의 백신을 주제로 한 학술프로그램은 새롭게 확장되는 분야에 대응하는 시기적절한 학술활동의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둘째로 인구감소로 인한 자연적인 신규 회원의 감소입니다. 이미 대학의 경우에는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대학원 정원미달로도 조만간 연결되어 신규 연구인력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학회의 회원확충에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국가적 차원의 문제점이고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각 대학에서는 국제화를 서둘러 외국인 유학생의 비율을 높이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활동이 많은 우리학회이지만 국제화를 더욱 강화시켜 외국인 회원수를 증대시켜야 할 시기가 온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바이오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고, 4차산업의 핵심분야로 인식되어 있으므로 신규 연구자들이 학회를 통해 자신들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도록 하는 것이 우리학회의 회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관의 심도 깊은 연합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생물공학의 관련분야가 미래의 바이오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꾸준히 보여주어야 하겠습니다. 기존 회원과 신규 회원들이 학회활동을 통해 바이오분야의 일원으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현재,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협회 등과 같이 진행하는 바이오사업 평가발표회 등과 기업특별세션 등의 프로그램은 이 같은 측면에서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방향 등을 소개하는 미래지향적 정책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담아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 학회의 운영내용이 기존의 회원과 새로운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되어야 하겠습니다. 학회가 재미없고 흥미도 없으면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 학회를 떠나게 됩니다. 회원들이 관심 있어 하는 다양한 주제를 발굴하고 연구결과와 참여를 통해 보상받는 수상제도, 젊은 과학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 등을 활발하게 운영함으로써 재미있고 흥미 있는 학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네 번째는 생물공학회의 특성상 산업체와의 관계가 필수적이므로 학문적인 분야를 넘어서 바이오산업에서 요구하는 내용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이오산업의 분야는 레드, 화이트, 그린, 블루 등 색상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 있고, 생물공학회와 연계될 수 있는 바이오 기업들의 분야도 무척 다양합니다. 생물공학회의 주요 활동분야가 폐쇄적으로 몇몇 분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대단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산업의 분야별 규모를 비교하면 의약 분야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단백질/항체 치료제 위주의 기술뿐만 아니라 유전자/세포치료제/백신 기술과 관련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학회에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겠습니다. 최근의 식품/의약분야인 마이크로바이옴, 실버산업/뷰티산업과 연계되는 바이오코스메틱 분야, 환경/에너지 분야 등의 산업체에도 문을 활짝 열어야 할 필요가 대단히 크겠습니다. 이와 같이 학회와 산업체와의 유기적인 긴밀한 교류를 통해 산업체 회원들이 많이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학제간 융합연구의 일환으로 생명과학과 사회학, 언어학 분야의 교수님들이 참여하는 ‘지속가능 사회구현을 위한 다학제적 연구’를 진행한 바가 있습니다. 지속가능 사회구현을 목표로 할 때, 그동안 수십억 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지구상에서 지속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온 생명체의 지속가능 전략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생명체의 정보전달의 핵심인 ‘중심원리 (central dogma)’는 정확한 정보로 ‘소통’하고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속가능 전략이라고 생각될 수 있었습니다. 즉, 정확한 소통을 통해 내/외부의 변화를 인지하고 필요한 대응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전사와 번역을 포함하는) 소통은 생명체가 지속가능하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의 정치권에서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정확한 정보전달에 근거한 소통은 국가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확립되어야 할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학회의 경우에도 여러 회원들을 연결하는 소통의 중심원리가 확립되어야 하겠습니다. 각 지부의 목소리가 정확히 전달되어야 하고, 부문위원회의 요구사항이 정확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학생회원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신진연구자의 바람과 기업회원의 불편함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녀회원, 내외국회원, 노소회원 등의 다른 배경에 의한 요청과 불편함에 진정한 소통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학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같이 ‘소통’을 기반으로 한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융합연구를 통해 주위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생명체의 전략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게 한 중요한 요소로 생각되었습니다. 우리 학회를 대상으로 본다면 주변 환경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위협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이 되겠습니다. 작년도 학회임원진은 이십여 년 간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던 과학기술회관의 사무실을 벗어나 양재역 근처의 사무실을 구입하여 이전하는 매우 커다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임대하여 사용하던 사무실의 이전요구 및 임대료 인상이라는 외부의 위협적인 변화에 대해 즉각적이고 총체적인 노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우리학회의 지속가능 대응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사무실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학회구성원과 소통하고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작년도 임원진의 노력은, 생명체처럼 살아서 외부의 변화에 대응하는 생물공학회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되며, 이 자리를 빌려 전임 임원진의 희생적인 노력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춘계학술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글이 읽혀지고 있을 때에는 학회기간중이거나 학회를 마친 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생물공학회’를 기대하면서 생각하고 있던 것을 글로 적었습니다만, 올해의 학회임원진 활동을 시작하면 코로나사태와 사무실 이전 등의 이슈로 인해 위에서 언급했던 많은 일들을 진행하지 못하고 춘계학술대회를 맞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각 지부, 기업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가야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 사태는 소통을 위한 노력에 물리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코로나 사태도 진정국면으로 돌아서고 있으므로, 앞으로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각 지부, 각 부문위원회, 기업들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소통’에 기반하여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위협요소를 극복하는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 생물공학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같은 소통을 위한 노력에 회원님들도 같이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