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시작한지 어느덧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Date 2021-10-03 20:45:49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38
임현규
박사후 연구원
Department of Bioengineering,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hyl003@ucsd.edu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POSTECH에서 학부 및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현규 라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생물공학회의 소식지인 BT News에 젊은 BT인으로서 소개글을 기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서울대학교의 서상우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막상 소개 글 작성을 요청받고,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할 지 고민이 되었다. 대학생 시절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공부와 거리가 다소 먼 생활을 하다, 마지막 학기를 앞 두고 한 학기 휴학하는 동안 진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밌어 했었던 과목들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친했던 친구가 먼저 진학했던 연구실로 통합과정을 진학하게 됨으로서 연구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연구자로서의 삶이 어느덧 박사과정,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거치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가고 있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나의 성장 과정을 내가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연구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의 학위 과정 동안의 주요 연구 분야


POSTECH에서의 학위 과정 동안은 화학공학과 정규열 교수님이 이끌어 나가시는 분자진단 및 합성생물학 연구실에서 합성생물학 기반 미생물의 유전체 조작을 통한 단일 및 복합 균주 미생물(단일 혹은 군집)의 유전체 조작을 통한 대사회로 최적화 연구를 진행하였다. 특히 균주 내 유전자 발현을 전사 및 번역 단계에서 정량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탄소원 대사 및 바이오 화합물 생산 경로에 적용하여 목적 화합물 생합성 수율이 증가된 고효율 미생물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바이오 공정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주변(자연 혹은 기타 산업 부산물)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탄소원을 원하는 화합물로 최대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탄소원으로서 육상 및 해양 바이오매스를 구성하는 탄소원 (가장 대표적인 포도당 외 자일로스, 갈락토오스, 알긴산, 만니톨)뿐만 아니라, 산업 부생물로 생산되는 글리세롤, 아세트산 더 나아가 C1 가스, 생명체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탄소원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미생물마다 각자의 환경에서 성장에 최적인 탄소원을 선택적으로 대사하도록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원료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탄소원을 효율적으로 대사하기 위한 대사경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나는 그동안 탄소원 대사 경로의 각종 조절기작을 제거하고, 합성 프로모터 및 비번역 영역의 서열을 설계를 통한 대사회로 최적화에 초점을 맞춰 왔다.

대학원에 입학해 처음으로 시작했던 주제가 대장균의 갈락토오스의 대사 성능을 높이는 연구였다. 갈락토오스는 홍조류에서 포도당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탄소원이지만, 대장균 내에서 각종 조절 기작 및 활성 부족으로 포도당 존재 시 대사가 되지 않고, 포도당 고갈 후 대사가 되더라도 속도가 매우 낮았다. 따라서 대장균 내 갈락토오스 대사 경로의 유전자를 특정하고, 합성 유전자 도구들로 발현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였고, 그 결과 포도당의 영향없이 갈락토오스를 빠르게 대사할 수 있는 균주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유전자의 조작으로 미생물의 특성이 현저히 바뀜을 확인하였고, 연구를 시작하는 나에겐 매우 고무적인 결과였다.

대사 경로에 따라 유전자의 과발현시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고, 정밀하게 효소 활성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확인한 연구로서, 글리세롤로부터 Coenzyme B12 의존적 3-히드록시프로피온산 (3-HP) 생산 경로의 최적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생합성 경로의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 세포 독성을 나타내는 중간 물질이 축적되기 때문에 효소 활성의 최적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고생산을 위해 중요한 변수였다. 이에 중요 단계 앞 뒤 반응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발현 조절 영역의 서열을 정밀하게 조절하였고, 그 결과 독성 물질의 축적이 최소화됨에 따라 높은 수율의 3-HP를 생산할 수 있었다.

박사 학위 후반쯤 거대 조류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갈조류의 이용에 대하여 좀 더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특히 갈조류에 포함되어 있는 알긴산의 경우, 대사가 가능한 미생물이 보고는 되었지만 유전 정보가 제한적이고 조작 기술도 정립된 바 없었다. 하지만 알긴산 대사 경로를 인위적으로 도입한 대사경로에 비해 오랜 시간동안 알긴산 대사를 위해 진화해 왔을 것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진화된 미생물을 발굴하여 활용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러한 미생물을 탐색해보았다. 정말로, 해조류 슬러지로부터 높은 알긴산 대사 속도를 보이는 신규 비브리오속 균주를 분리할 수 있었고, 이 미생물의 효율적 개량을 위한 유전체 및 전사체 분석, 유전자 정량 발현 도구 개발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미생물을 개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축적한 정보 및 도구들을 활용하여 갈조류로부터 에탄올을 매우 빠른 속도로 생산하는 슈퍼 미생물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의 주요 연구 분야


학위 과정의 연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생물의 인공진화에 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2018년 10월에 실험실 인공진화 (adaptive laboratory evolution, ALE)를 도구로 시스템스 레벨에서의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Bernhard Palsson 교수님의 Systems Biology Research Group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룹 리더인 Adam Feist 박사님과 주로 자동화 플랫폼 기반 대량 미생물 인공 진화 및 전사조절 네트워크 규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Department of Energy 산하의 Joint Bioenergy institute (JBEI)와 바이오매스기반 고에너지밀도 (high-energy-density) 연료 생산 실용화를 위해 밀접하게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델 미생물인 대장균 뿐만 아니라 실제 공정에 활용 가능성이 높은 미생물로 여겨지는 Pseudomonas putida, Rhodosporidium toruloides, Corynebacterium glutamicum 등을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 실험실 인공 진화를 일으키고,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 (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통하여 대량의 유전체 정보를 생산 및 분석함으로써 미생물에 대한 근본적인 시스템스 레벨에서의 이해와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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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2019년 Group meeting. Pandemic으로 인해 2년 전 사진이 가장 최신 그룹 사진이다.

 


인공 진화 관련 구체적인 연구로서,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방향족화합물을 효과적으로 대사할 수 있는 Pseudomonas putida 균주를 육상식물 당화 공정에 활용되는 이온성 액체 (ionic liquids)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키고, 내성 기작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실제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탄소원을 미생물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배양액에 녹아 나오도록 전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바이오매스 전처리 방법 중, 이온성 액체를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는 있었으나 비교적 비싼 비용과 이온성 액체가 가지는 세포 독성이 문제되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저가 이온성 액체의 농도를 점차적으로 증가시키며 P. putida 균주를 지속적으로 배양하여 인공 진화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초기 농도보다 2배 높은 고농도 조건에서도 성장하는 균주를 확보할 수 있었고, 염기서열 및 전사체 분석을 통하여 유용 돌연변이 및 내성 기작을 밝힐 수 있었다. 실제 바이오매스 당화물을 직접적으로 활용하여 인공 진화된 균주의 유용성을 확인하였다.

인공 진화 연구 외에도, 다양한 환경에서 수집된 대량의 전사체를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하고 독립적으로 변화하는 유전자 그룹을 특정하여, 지놈 스케일에서의 전사네트워크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전사네트워크를 밝히기 위하여 개별 전사조절인자 (transcriptional factor)들의 역할을 규명하는 수많은 실험들이 수행되어 왔다. 하지만 비모델 미생물의 경우 유전자 정보도 제한적이며, 절대적인 실험 양이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접근 방식을 변경하여, 다양한 환경에서 수집된 수백여개의 전사체 데이터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모두 분석한 후, 함께 변화하는 유전자 그룹을 특정, 역으로 조절 네트워크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사체 정보는 상대적으로 유전자 공학이 어려운 미생물에게서도 얻을 수 있으므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클로닝과 미생물 배양 등 실험 위주의 연구를 수행해오다, 기계 학습이라는 알고리즘을 대량 전사체 데이터에 적용해 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값진 경험을 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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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Group leader Adam과 Postdoc 동료들.

 

 

글을 마치며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내가 그동안 습득해온 미생물 유전체 분석 및 진화, 개량 기술을 토대로, 우리 실생활에 필요한 미생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통적인 식품공학에서도 다양한 영양소 및 향료 들의 첨가가 필요해짐에 따라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유용 미생물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되고 있다. 또한 갈수록 심해져 가는 환경오염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화합물 생산을 위해 미생물을 활용한 공정 (예, 바이오 매스전환, 폐기물 분해)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가 연구해온 시스템 생물학, 대사공학, 합성생물학 기술들을 잘 어우를수 있다면 우리가 맞닥트리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의 해결에 필요한 유용 미생물들을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연구를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가 않다. 여전히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지만, 학위를 하고 있었을 때와 비교해서 나아진 것으로 보아 지난 시간들이 헛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일이든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없고, 과거의 내가 노력한 만큼 현재의 자기 자신이 되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혹시나 이제 막 생명공학자로서 막 시작을 하시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 컴퓨터 언어와 친해지는 시간을 틈틈이 내셔서 익숙해지길 권유 드리고 싶다.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생물 데이터와 이런 데이터를 처리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래밍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가 되었다. 파이펫팅과 같은 실험 스킬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컴퓨터 언어들과도 친숙해지시면 크게 도움되리라 생각한다.

지난 10년이 앞으로 남은 연구 기간에 비하면 짧은 기간일 것이다. 미래에 나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을 때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며 보람찬 연구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 끝으로,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은사님들과 동료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